<촛불 시민 SNS와 스마트폰, 한국 수술도구다>
김일/소셜미디어나눔연구소장
-내일신문에 쓰고있는 디지털 칼럼의 하나입니다-
묻힐 뻔 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2016년 9월쯤부터 몇 언론에서 단서들이 보도되기 시작하자 시민들의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가만 있지않았습니다.
소셜미디어(한국에서만 SNS로 부름)는 시민들이 서로 콘텐츠를 만들어 정보를 전파하는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카카오톡 단체방, 밴드, 인스타그램, 구글 플러스 등 도구를 말합니다.
이 게이트에 시민들의 소셜미디어가 응답하기 시작한 것은 ‘#그런데최순실은’이라는 해시태그(#)를 시민들이 애용하면서부터로 생각됩니다.
SBS CNBC PD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시민들이 어떤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든, 글 끝에 #그런데최순실은을 붙여 진실이 밝혀지게 하자”고 제안한게 단초였지요.
이에 소셜미디어에서 시민들이 끈질기게 #그런데최순실은?을 각종 글 뒤에 붙여 이슈화시켜 언론 취재를 유발합니다. 인터넷에서 #+키워드를 누르면 그 #를 붙인 글들이 주루룩 검색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형민 PD가 자신의 페이스북 방에 #그런데최순실은? 붙이기 운동을 제안한 화면>
<위 제안에 따라 시민들이 트위터 등 SNS 게시글 끝에 #그런데최순실은?을 붙여 수사를 촉구하는 모습>
선뜻 다가온 초연결 사회에서 시민들의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은 ‘직접 민주주의’‘모바일 민주주의’의 무기가 됐습니다.
못마땅했지만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지못한 한이 있던 ‘스마트 시민‘들은 디지털로 의사를 적극 표현하기 시작했지요.
10월 29일 이후 주말마다 이어진 촛불집회에서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은 큰 역할을 합니다.
시민들은 이 도구를 통해 집회 참여를 서로 독려했고 시위현장 상황이나 본인이 참여했다는 인증샷, 1인 생중계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페이스북 등)하며 시위 동력을 이어갑니다.
인증샷에는 ‘#박근혜퇴진‘이 달려 널리 퍼졌고요.
시민들의 스마트폰 카메라는 경찰의 과잉대응을 막는 무기이기도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수십 가지의 촛불 앱을 기부해 응원했습니다.
한 누리꾼이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자 많은 시민들이 문자메시지 폭탄을 보내 의원들을 주늑들게 했지요.
메일 등을 통해 직접 국회의원에게 탄핵 청원을 할 수 있는 ‘박근핵닷컴’
(parkgeunhack.com)은 4명의 시민이 12월 2일 개설했는데 바로 시민들이 몰려들어 위력을 나타냅니다.
92만여명이 청원을 했고 페이스북에서만 시민 12만여명이 이 사이트의 존재를 소셜 친구들에게 공유해주었습니다. 언론 보도 없이도 수백만명에게 이 사이트의 존재가 알려진거지요.
직접 몰라도 친구가 될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힘입니다.
‘퇴진행동’이 주관한 박 대통령 퇴진시기를 묻는 모바일 국민투표엔 23만여명이 참여하고 99.6%가 탄핵에 찬성해 결과가 전파됐고요.
소셜미디어는 비폭력 시위 성공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11월 네째주쯤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한국인 중 3.5%(175만명)가 비폭력 시위 하면 정권이 퇴진한다?"는 내용이 퍼졌습니다. 미국 덴버대학 정치학 교수 에리카 체노웨스(Erica Chenoweth)의 '3.5% 법칙'얘기입니다.
그녀는 2013년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시위, 비폭력 시위'라는 두가지 원칙을 전제로, 한 국가 인구의 3.5%가 집회 시위를 지속할 경우 정권이 무너진다는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1900년에서 2006년까지 각국에서 발생한 모든 시민 저항 운동을 분석해 만든 법칙.
이 내용이 공유되며 시민들은 비폭력 시위를 더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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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식 갤러리‘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한때 잠적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위치와 차량에 대한 단서를 잡고,
국회의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최순실씨와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박영선 의원에게 전달하면서 그의 위증을 입증해내기도 했지요.
국정 농단 사건을 비꼬는 수많은 패러디 글과 사진도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널리 전파되며 ‘축제’같이 짜릿한 시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 모든 현상이 어떤 지휘부 없이, 이름 없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위대합니다.
세계는 한국의 현 상황에서 희망을 보고있다고 합니다.
트럼프 당선, 영국 브렉시트 투표, 아베의 망동, IS 테러, 필리핀 등 세계적으로 반민주주의, 반합리주의 추세인데 한국에서만 시민 민주주의가 생동한다는 것입니다.
탄탄한 경제 성장과 포용적 리더십을 보이는 독일과 함께 부러워하는 양대 대상이라는 것이지요.
시민의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한국 시스템 전면 혁파의 보루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광복 71년의 적폐와 부조리를 시민의 힘으로 날려버릴 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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