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
윤의 매력에 요즘 유행하는 말.
무해하고 귀여운 농담의 달인이자 시원한 혜안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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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에게 빠진 이유] 칼럼 두~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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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윤여정에게 빠진 이유
이지수번역가·‘아무튼, 하루키’ 저자
입력 2021.03.16
윤여정에게 푹 빠지고 말았다. 틈날 때마다 유튜브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고 인터뷰를 찾아 읽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요즘 윤여정의 인기는 대단해서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열광의 포인트는 각자 다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무해하고 귀여운 농담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난 농담만 하는 사람”이라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윤여정의 말은 절반 이상이 농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작 영화 ‘미나리’ 관련 행사에는 “이번 영화는 독립 영화라서 하기 싫었어요. 그건 제가 모든 면에서 고통받을 거란 뜻이죠”라고 해 좌중을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TV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에서는 오징어 먹물이 생소했던 외국인 손님이 “오늘 밤에 (이걸로) 저희를 독살하실 건 아니죠?” 하자 “오늘은 아니야. 하지만 체크아웃 후에는 장담 못 하지”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윤여정에게 배우고 싶은 건 농담 센스뿐만이 아니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 출연했을 때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옷 협찬이 잘 안 들어온다”는 그의 말에 MC 재재가 무슨 소리냐며 발끈했더니 “세상엔 많은 소리가 있어” 하고 오히려 재재를 다독였다.
‘꼰대’의 클리셰가 “네가 감히 나한테”라면, 윤여정은 반대로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상대를 두고 여러 소리를 듣는다. 그의 나이와 경력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다.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도 ‘미나리’를 촬영하러 미국으로 떠난 이유를 재재가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지금 감독들이 다 (나한테) 선생님 좋을 대로 연기하라고 해. 이런 환경에 있으면 난 괴물이 될 수도 있어요. 그게 매너리즘이지.
미국 가서 거기 애들한테 ‘왓?’이라는 소리를 듣고, 여기서는 진짜 내가 ‘노바디’구나 생각하고, 연기를 잘해서 얘네들한테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고 결심하는 거. 그게 도전이죠.”
그 도전의 결실을 1만 몇천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동시대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다.
이지수·번역가·'아무튼, 하루키' 저자(조선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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