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음 대통령 선거 등과 관련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떤 복지정책을 시행하는게 타당하느냐는 논란이 뜨겁다.보편적 복지,선별적 복지,생애 맞춤형 복지,무상 복지 등 여러 주장이 분출되고있다.한국의 사회경제 발전 정도가 복지 논쟁이 본격화될 시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23일 사회복지미래경영협회 워크샵에서 발제한 내용을 정리했다.
첫째로, 이 중대한 논의에서 ‘복지’라는 용어 대신 앞으로 ‘사회보장’이라는 용어가 국가적으로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복지’라는 용어는 이미 여러가지 색깔이 입혀져 이 용어를 가지고는 격론만 앞서고 정책의 진전이 나오기 힘들다.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복지’하면 ‘누구는 손해 보고 특정계층에게 퍼주기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무상 복지’라는 용어도 그래서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사회보장’이라는 용어를 쓰면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모두의 정책’이라는 호응을 이끌어낼 것 같다.유럽의 경우도 사회보장을 위한 국민들의 부담액(세금과 사회보험료)이 아주 크지만(스웨덴은 47%,2009년),다들 “나에게 혜택이 돌아온다”고 생각하고,또 실제로 광범위한 혜택이 배분돼 부담액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엺다고 한다.
둘째로,복지를 빈곤층에 대한 시혜적 관점으로만 보는데서 탈피했으면 좋을 것 같다.
‘복지병’을 불러올 수 있고,이런 시각은 중산층이 사회보장이나 복지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한다.또 한국의 중산층은 양극화,고령화 진행에 따라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고 있어 중산층의 사회보장 욕구가 이미 상당한 상황이다.중산층 상당수가 “내가 세계 13위라는 경제대국의 중산층이 맞나?”하는 생각과 함께 ‘교육,의료,어린이 보육,노후,주거’의 5대 불안을 느끼고있다.
즉 중산층도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중산층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 정책의 창출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시혜로서의 복지라는 좁은 개념에서 탈피해 국민의 권리로서의 사회보장제를 만들어내자는 얘기라고 할 수 있겠다.
세째로, 사회보장(복지)을 비용으로만 생각하지말고 사회적 투자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크리스토프 폴만 소장의 얘기를 들어보자.그에 따르면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호주 등은 사회보장제 덕에 실업자들이 위기를 비교적 잘 버텨냈다.그러나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미국,한국 등에서는 많은 중산층이 하층으로 처절하게 추락해 버렸다.가정 파탄,자살 등이 잇달았다.
크리스토프 폴만 소장은 유럽형 특히 북유럽형 사회보장도 진통을 겪었지만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북유럽과 독일의 생산력과 수출경쟁력이 튼실한 것은 사회보장 투자의 선순환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은 OECD 30개 국가 중 공공사회복지 지출비중이 GDP 대비 9%로 29위로 꼴찌다. (OECD 국가 공공사회복지 지출비중은 평균 20%).
이로 인해 한국은 국민의 행복지수,복지충족지수에서 OECD 최하위(각각 29위,28위)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복지 투자가 약한데다 투자된 복지 지출도 효율성,효과성이 약한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적정 공공사회복지 지출비중은 GDP 대비 13.84%다. GDP 대비 5%포인트 정도 복지 지출을 늘릴 여력이 있는 것이다.
<자료; OECD,보사연,조선일보>
네째로,서비스 대상자의 자립을 유도하는 복지지원을 실행해야한다.멕시코의 복지제도 ‘기회(Opportunity)’가 그중 하나라고 생각된다.빈곤 가정에 지원금을 주되 자녀의 학교 출석율이 85%를 넘고 매년 건강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인다.이로 인해 빈곤 가정 아동들의 상급학교 진학률이 높아지고 아동들의 건강 지표도 많이 좋아졌다.
한국도 가칭 '성취형 복지제도'랄까,복지 수혜자가 일정한 목표를 달성토록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검토할 때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저소득층 아동 역량강화운동인 We Start의 경우 두가지 자립유도 전략을 쓰고있다.
하나는 역발상으로 해당 아동과 부모를 봉사단화하는 것이다.봉사자가 봉사 대상자보다 더 배우고 얻는 게 많은 자원봉사의 마력으로 인해 해당 아동과 부모들은 자긍심을 가진 존재로 변모하고있다.'나도 세상에 쓸모가 있는 존재구나' '나도 어디 가면 환영받는 곳이 있다'는 경험이 이들의 눈빛을 바꿔놓는다.
<자료=We Start운동본부>
또 하나는 수혜 부모를 이 운동의 스태프(Staff)화하는 전략이다.도움만 받던 분들에게 상담요원/강사/센터 자원봉사자/센터 운영위원 등의 역할을 주자 자신감을 가진 존재로 변모하며 지역사회에서 역할모델이 되고있다.
복지 수혜자가 영원한 수혜자에 머물게 하는 것은 최악의 복지투자다.
다섯째로, ’스마트 사회보장(복지)’이 실행되면 좋겠다.복지가 꼭 필요한 곳에 집중 지원하는 족집게 복지라고 할수 있다.’저비용 고만족’복지 구조라는 호주가 그런 예로 생각된다.
호주는 공공사회복지 지출비중이 GDP 대비 16%로 30개국 중 25위다.그런데 국민행복지표는 5위를 차지했다.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정’에 사회보장의 초점을 두고 이들이 빠르게 빈곤을 벗어나게 돕는게 사회보장 정책의 핵심이다.당연히 차세대 인재 육성에 도움이 된다.
호주는 또 수십개 정부기관이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센터링크’를 1000여곳에 설치해 사회보장 혜택이 피부에 와닿게 전달체계를 혁신했다.
여섯째로,빈곤 가정별 인생 장애물을 파악해 해법을 붙여주는 ‘개인 맞춤형 사례관리’ (Case Management)서비스를 한국 사회보장의 기둥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일시적/단편적,그리고 공급자 논리의 분산적 지원으로는 대상자를 역량있는 존재로 바꿔줄수 없기 때문이다.이를 위해서는 사례관리 전문인력의 양성과 지역사회 복지,교육,보건기관과 주민단체,봉사단체 등의 네트워크 협업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기관별로 따로 일하는 체계에서는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을 실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에도 100여만명의 빈곤 가정 아동이 희망 없이 방치되어 있는데,이들에게 조기 개입 원칙에서 사회적 투자와 개인 맞춤형 사례관리가 이루어진다면 국가경쟁력 향상에 큰 전기가 될 것이다. 20~30년뒤 한국 사회의 짐이 될 가능성이 높은 100만명의 아동이 거꾸로 쓸모 있는 존재로 탈바꿈된다면 국가경쟁력의 승수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일곱번째로,복지에서 현금 지급을 줄이고 사회서비스를 통한 우회 지원을 늘리는 방향이 좋겠다.보육,교육,보건 등 사회서비스로 지원하면 ‘근로의욕 실종’이라는 병폐를 한결 줄일 수 있을 것이다.서구의 사회보장 선진국들은 사회서비스 대 현금 서비스 비율이 1대 2정도라고 한다.우리는 1대 4, 1대 5정도라니 수술이 필요하다.
여덟번째로,우리 사회복지계는 풀뿌리 주민운동,협동조합운동,자활운동,사회적 기업 같은 지역사회 시민운동과의 협업이 미약하고 따로 활동하는 것같아 안타깝다.사회복지계는 예산이 있으면 사업을 하고,없으면 못하는 구조인 것처럼 느껴진다.
주민운동,사회적 경제운동은 그렇지않아 보인다.지역사회 변화에 대한 열정을 갖고 얄팍한 예산을 들고서라도 자원봉사 체계로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낸다.강원도 원주에 있는 생협,자활단체 등 수십개 주민운동단체들이 그렇고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에 있는 공동 육아,주민 극장,동네 FM 방송 등 다양한 주민 자조 조직들이 그렇다고 본다.사회복지계는 거의 맨손으로 지역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민운동,사회적 경제운동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 그런 주민운동들과 손을 잡아 함께 지역사회를 바꾸어나가면 좋겠다.
그래야 보다 자립지향형 복지운동이 확산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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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사회보장과 관련해 1920년대부터 ‘국민의 집’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공표했다.가족 개념을 확대해 국민이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되는 공동체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너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 따뜻한 발상이 부럽다.
차가운 생존경쟁이 가득한 한국은 이제 ‘저부담 저복지’국가에서 벗어날 모델이 필요하다.
요즘 ‘중부담 중복지’국가로 가자는 논의도 나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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