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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기부

■백기완 선생 시 모음 12 마당■

■백기완 선생 시 모음 12 꼭지■

떠났으나 떠나지않은 백기완 선생은 인문학 덩어리였습니다

●초등 4학년 중퇴였으나 아름다운 우리말을 많이 만들어내고 우리말/글로 사람들의 가슴을 휘어잡은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새내기, 달동네, 동아리, 모꼬지, 덧이름(별명), 땅별(지구), 새뜸(뉴스), 배내기(학생), 한살매(인생)등이 님이 만든 고운말

장군 체격의 호쾌한 '조선 범'이기도 했습니다

님은 [젊은 날] 등 시집 여러 권과 [자주 고름 입에 물고 옥색 치마 휘날리며]등 산문집 여러 권, 소설, 영화 대본 등을 펴낸 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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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축구선수를 꿈꾸었고 청년기에는 영화감독을 선망했다지만, 문학이야말로 그의 평생에 걸친 애정과 헌신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님의 시들을 모아둔 블로그가 있나 찾아봤으나 안보여, 12건을 수집해 정리해봅니다
(여러분들이 더 보완해주세요)

장편시 [묏바라기]가 대표작일텐데 이번 작고후 읽으신 분도 있을테니, 맨뒤에 붙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의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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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碑文)

익은 낱알은 죽지 않는다
땅으로 떨어질 뿐이다
산새 들새들이여

낱알을 물고가되
울음은 떨구고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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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합창]

용기와 결단을 요구하는 때에
나는 울었네
미치지 못한 힘

이상과 모반이 함께 겹쳤을 때
나는 울었네

속세에 두고 온 정
이제야 가는구나

자그마한 반딧불에도
앞길을 보며
너부러진 숱한 비명을 넘어

 

이제는 가나니
벗이여 결코 흔들리지 말라
세상살이 무거운 짐
허리가 휘어도

 

나는 가나니
벗이여 결코 뿌리치지 마라
우리들의 합창
구천에 사무치는 우리들의 합창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우리들의 합창
갈수록 우렁찬 우리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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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에게도]

아 나에게도
회초리를 들고 네 이놈
종아리를 걷어 올리거라 이놈
그러구선 이 질척이는 항로를
살점이 튕기도록 내려칠 그런 어른이 한 분 계셨으면

 

아 나에게도
갈 데가 없는 나에게도
새해 새아침만은
쐬주병을 들고 가 큰절 올리면 엄하게 꾸짖는다는 것이
잔을 받거라
그러구선 아무 말이 없으시는
그런 이가 한 분 계셨으면

 

인고의 끝은 안 보이고
죽음의 끝과 끝까지 맞선
외골수의 나에게도 아, 나에게도

 

속절없이 엎으러져
목을 놓아 울어도 되고
한사코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어도 될
그런 밤이라도 한번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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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모이면 논의하고 뽑아대고
바람처럼 번개처럼
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
좋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행하고
개인을 이야기하면
역사를 디리대고
다만 사랑이 튕기면
꽃 본듯이 미쳐 달려가던 곳

 

추렴꺼리도 없이 낙지복음
안주 많이 집는다고 쥐어박던
그 친구가 좋았다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헐벗고 굶주려도 결코 전전하지 않았다

 

출세에 연연하면 호로자식이라 하고
돈벌이에 미친 자식은 속이 비었다고

 

​다만, 통일논의가 나래를 펴면
환장해서 날뛰다 칩고 떨리면 찾아가던 곳

 

식은 밥에 김치마리
끓는 화로에 내 속옷의하얀 석회를 잡아주던
말없는 그 친구가 좋았다

 

그것은 내 이십대 초반
6.25 민족상쟁 직후의
강원도 어느 화전민지대였지

 

열여섯쯤 된 계집애의 등허리에 핀 부스럼에서
구데기를 파내주고 우리들은 얼마나 울었던가

 

나는 일생을 저 가난과 싸우리라 하고
또 누구는 민중과 혼인하리라 하고

 

화전민이 답례로 보낸
옥수수 막걸리로 한 판 벌린
웅장한 아름드리 소나무

 

그 위에 걸린 밝은 달 맑은 물
하지만 저 밝은 달 저 맑은 물만을
대상으로 노래할 수 없다며
허공을 쥐어박고

인간의 현장으로 뛰어들던 빛나던 눈의 그 칭구가 좋았다

세월은 흘렀다
다시 강산엔 폭풍이 모라치고

이름있는 주소마다 자갈이 물렸다

 

더러는 실려가고 더러는 물러서서
바람이 차면 여울지던 곳
포구의 눈물이라는 늙다구리집
술값은 통일된 후에 준다 하고
한없이 구비치는 이의 짓이란
마냥 그 모양이니 그러자 하고

 

이야기가 쭈삣하면
슬며시 나가 덧문을 닫아주던
그늘진 그 얼굴

그후 그집은 망했다고 하고
술꾼들은 발이 빠졌다 하고
이 찬란한 파국을 미리 울던
늙은 그 여인이 좋았다

 

​그래도 눈물은 분분했다

가파른 현장에선 독재와 싸우는 남모를 예지가
불을 뿜는데

한 번 스친 밤의 꽃을 못잊어
소년원까지 찾아가서 꽃다발을 잔득 안고
서서 울던 순정의 그 친구를 생각했다

 

거기서
정서적 방랑이냐
이지적 결단이냐
꼬리가 꼬리를 무는 말수를 냉정히 자르고 떠나간

그 억센 주먹이여

 

지금은 모두 다 어디서 무엇을 하기에
흰가락이 치마폭처럼 휘날리는 상기까지
삼십촉 희미한 불빛에 젖어 바시락대는 쌩쥐 소리에
거대한 역사의 목소리 일러듣는 듯
그렇다 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나는 늙을 수가 없구나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나는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구르는 마룻바닥에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KBS 낭독의 발견 : 백기완, 젊은날(5분) 

youtu.be/A1cJrIm3SSI

<이제 조국강산은 화산지대로 들어섰다(1980.1)>

이제 조국강산은
화산지대로 들어섰다

청계천에서 폭발한 화산은
거대한 용암이 되어

인욕으로 찌든 가슴에
불을 지르고
주저와 한숨으로 지새던
팔뚝에도 불을 지르고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저 썩어문드러진 세상이
한 줌 쓰레기처럼 불이 타고 있다

보라
노동자의 피땀으로 세워진
웅장한 대청의 대들보를
갉아먹던 쌩쥐 새끼들은
이제 자죽도 없이 널부라지는구나
...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침묵은
아름다운 그 무엇도 아니다
승리의 방기, 패배다
패배는 이끼처럼 주름으로 남아도
노동자에게 그것은 죽음이나니...
----------------

<우리에게 통일은>
...
누구일까
양심을 범죄라고 강요하는 저 엄청난 매질과
싸우는 저 몸부림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일까

부끄러웠다
불안 공포 몸서리 진저리의 내가
더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고문보다 더 지독한 환각을 부르는 특수음향
새파란 놈이 또 들어와
냄새가 난다고 속옷을 벗으란다
엉덩이를 내 힘으로 들 수가 없자
죽은 개새끼처럼 찟어서 벗기니

피와 똥이 한꺼번에 범벅처럼 얽힌 내 속옷
불현듯 사람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황폐감이 왔다
무엇 때문에 사람으로 태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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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 님](장준하 선생님 무덤에서)

 고개 들면 네 귀퉁이

팍삭 꺼지는 무덤가

 

사랑도 명예도

흙 한 줌 남김없이

한평생 달구자던

피맺힌 동지애의 의지가

예까지 왔는가

일러주던 그 님아

 

동지는 간 데 없고

표말은 쓰려졌는데

장부의 맺힌 이슬

어디에다 뿌릴고

 

쇠북은 찢어져

바람은 증언인 양

일제히 소리치는

끝없는 풀빛

 

삼천리 휘어 감은

백옥같은 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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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머슴]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또다시 빈 주먹인들 황무지에 서리라

한이 맺힌 원한들이 네 이놈, 빚부터 내놓으라고 짱돌처럼 들고일어날 것이지만

나는 한치도 비껴서질 않아 그대로 피투성인 채 적시고 또 적시노라면

어느덧 구비치는 강물을 어즈버 저어가는 뱃사공이 되리라

 

너덜너덜 지난 일들은 부끄럽지만 노래는 옛 노래를 부르리라

서툴게 수작하던 아우성 그 값싼 사랑의 수심만 깊은 노래

 

그리하면 쓰러져서도 차마 감질 못하던 눈망울들이 하나씩 둘씩 온통 별처럼 달려와 거기서 한바탕 벌어지는 잔치

 

아, 썽풀이 맘판에 술과 안주를 날아다주는 머슴이 되고 싶구나

장딴지가 굵다래 타고난 머슴

한켠짝에 떠밀리어 이마에 땀을 닦는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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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학>
...
아, 나는 얼마나
김이 짜르르 피어오르는
이밥 한 그릇이 그리 사무쳤던가

거기서 헛된 꿈의 배신과
무산자의 주먹을 배운 것 같았다

깨트리지 않으면
깨져야 하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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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대>

"빌 줄 알았지 / 죽을 지경이매 / 꿇어앉을 줄 알았지 /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백기완 선생은 가혹한 고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차라리 죽을까 생각하면서도 다시 기운을 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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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도둑에게(함께 옥살이 하던)>

어린 재소자가 이제 전과자란 딱지 빼고 / 무엇이 남았단 말인가 /

또다시 도둑이냐 죽음이냐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을 때 / 절로 나오던 내 한숨을 / 어떻게 비꼬아도 좋다

 

거지 빨래하는 날처럼 / 세월에 찌든 때를 포근히 두들기되 /

이 세상 천지를 온통 배움으로 다스릴터라/

한 번 실수는 눈감아 주고 / 두 번 실수는 못본체 하고 /

오직 사람으로 바꿀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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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시 [묏비나리--젊은 남녂의 춤꾼에게 띄우는] 

작고한 백기완 선생이 1980년 서울 서빙고 보안사에서
전두환 악당들에게 지옥 끝 고문을 당하고 지은 저항과 희망의 노래
(고문 후유증에 시달려온 민주평화운동가 89세로 2021년 2월 15일 '쉼'을 만나다)

이 시는 세계로 퍼져간 <임을 위한 행진곡>(황석영 개사)노랫말의 원전
묏비나리는 "앞서서 부르는 기원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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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 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로 언 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띠기로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농창 들어엎어라

들었다간 엎고 또 들었다간 또 엎고
신바람이 미치게 몰아쳐 오면
젊은 춤꾼이여
자네의 발끝으로 자네의 한 몸만
맴돌자 함이 아닐세그려.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이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 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시라

돌고 돌다 오라가 감겨오면
한사위로 제끼고
돌고 돌다 죽엄의 살이 맺혀 오면
또 한사위로 제끼다 쓰러진들

네가 묻힌 한 줌의 땅이 어디 있으랴
꽃상여가 어디 있고
마주재비도 못 타 보고 썩은 멍석에 말려
산고랑 아무 데나 내다 버려질지니

그렇다고 해서 결코 두려워하지 말거라.
팔다리는 들개가 뜯어 가고
배알은 여우가 뜯어 가고
나머지 살점은 말똥가리가 뜯어 가고
뎅그렁 원한만 남는 해골 바가지

그리되면 띠루띠루 구성진 달구질 소리도
자네를 떠난다네
눈보라만 거세게 세상의 사기꾼
협잡의 명수 정치꾼들은 죄 자네를 떠난다네.

다만 새벽녘 깡추위에 견디다 못한
참나무 얼어터지는 소리
쩡, 쩡, 그대 등때기 가르는 소리 있을지니

그 소리는 천상
죽은 자에게도 다시 치는
주인놈의 모진 매질 소리라

천추에 맺힌 원한이여
그것은 자네의 마지막 한의 언저리마저
죽이려는 가진 자들의 모진 채쭉소리라
차라리 그 소리 장단에 꿈틀대며 일어나시라

자네 한 사람의 힘으로만 일어나라는 게 아닐세그려
얼은 땅, 돌부리를 움켜쥐고 꿈틀대다
끝내 놈들의 채쭉을 나꿔채
그 힘으로 어영차 일어나야 한다네.

치켜뜬 눈매엔 군바리가 꼬꾸라지고
힘껏 쥔 아귀엔 코배기들이 으스러지고
썽난 뿔은 벌겋게 방망이로 달아올라
그렇지 사뭇 시뻘건 그놈으로 달아올라

벗이여
민중의 배짱에 불을 질러라.

꽹쇠는 갈라쳐 판을 열고
장고는 몰아쳐 떼를 부르고
징은 후려쳐 길을 내고
북은 쌔려쳐 저 분단의 벽,
제국의 불야성을 몽창 쓸어안고 무너져라.

무너져 피에 젖은 대지 위엔
먼저 간 투사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
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릴지니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굽이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노래소리 한번 드높지만
다시 폭풍은 몰아쳐
오라를 뿌리치면
다시 엉치를 짓모으고 그걸로도 안 되면
다시 손톱을 빼고 그걸로도 안 되면
그곳까지 언 무를 쑤셔넣고 아......

그 어처구니없는 악다구니가
대체 이 세상 어느 놈의 짓인줄 아나

바로 늑대라는 놈의 짓이지
사람 먹는 범 호랑이는 그래도
사람을 죽여서 잡아먹는데
사람을 산 채로 키워서 신경과 경락까지 뜯어먹는 건
바로 이 세상 남은 마지막 짐승 가진자들의 짓이라

그 싸나운 발톱에 날개가 찟긴
매와 같은 춤꾼이여

이때
가파른 벼랑에서 붙들었던 풀포기는 놓아야 한다네
빌붙어 목숨에 연연했던 노예의 몸짓
허튼 춤이지, 몸짓만 있고
춤이 없었던 몸부림이지
춤은 있으되 대가 없는 풀 죽은 살풀이지

그 모든 헛된 꿈을 어르는 찬사
한갓된 신명의 허울은 여보게 아예 그대 몸에
한오라기도 챙기질 말아야 한다네.

다만 저 거덜난 잿더미 속
자네의 맨 밑두리엔
우주의 깊이보다 더 위대한 노여움
꺼질 수 없는 사람의 목숨이 있을지니

바로 그 불꽃으로 하여 자기를 지피시라.
그리하면 해진 버선 팅팅 부르튼 발끝에는
어느덧 민중의 넋이
유격병처럼 파고들어

뿌러졌던 허리춤에도 어느덧
민중의 피가 도둑처럼 기어들고
어깨짓은 버들가지 신바람이 일어
나간이 몸짓이지 그렇지 곧은목지 몸짓

여보게, 거 왜 알지 않는가
춤꾼은 원래가
자기 장단을 타고난다는 눈짓 말일세
저 싸우는 현장의 장단 소리에 맞추어

벗이여, 알통이 벌떡이는
노동자의 팔뚝에 신부처럼 안기시라

바로 거기선 자기를 놓아야 한다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의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 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비로소 한 춤꾼은 비로소 굽이치는 자기 춤을 얻나니

벗이여
비록 저 이름없는 병사들이지만
그들과 함께 어깨를 껴
거대한 도리깨처럼
저 가진자들의 거짓된 껍줄을 털어라

이 세상 껍줄을 털면서 자기를 털고
빠듯이 익어가는 알맹이, 해방의 세상
그렇지 바로 그것을 빚어내야 한다네

승리의 세계지
그렇지, 지기는 누가 졌단 말인가
우리 쓰러졌어도 이기고 있는 민중의 아우성 젊은 춤꾼이여
오, 우리 굿의 맨마루, 절정 인류 최초의 맘판을 일으키시라

온 몸으로 디리대는 자만이 맛보는
승리의 절정 맘판과의
짜릿한 교감의 주인공이여

저 페허 위에 너무나 원통해
모두가 발을 구르는 저 폐허 위에
희대의 학살자를 몰아치는
몸부림의 극치 아 신바람 신바람을 일으키시라

이 썩어 문드러진 놈의 세상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벅, 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다
마지막 심지까지 꼬꾸라진다 해도
언땅을 어영차 지고 일어서는
대지의 새싹 나네처럼

젊은 춤꾼이여,
딱 한발띠기에 인생을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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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 [젊은 날]
- 글쓴이 : 백기완
- 펴낸곳 : 노나메기

<젊은 날>은 1982년에 비매품으로 나온 뒤 1990년에 비로소 정식 출판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 또한 출판사 안팎 사정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절판되었지요.

<젊은 날>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통일운동으로 애쓰는 백기완씨를 도우려는 여러 손길(봉투)들이 일궈낸 값진 열매입니다.
고문후유증으로 애먹는 백기완씨에게 자기 몸을 보살피라며 건넨 봉투들을
그는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젊은 날>을 새로 펴내는데 모두 바쳤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모두를 굽어 살피소서